저는 지금은 Skid row에서 변재성 장로님, 변은영 권사님, 최지숙 집사님과 함께 수요 배식을 하고 있습니다. 저같이 냄새에 예민하고 더러운 것을 못견디는 사람이 그곳에서 배식봉사를 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어쩌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집도 없고 배고파 하는 사람들을 향해 아픈 마음을 갖게 하셔서 지금은 교회 긍휼사역팀에서 하는 음식 배급에 같이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봉사하고 있는 곳은 홈리스가 많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Skid row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San Pedro 길에 들어서면 언제 누가 길을 건널 지 몰라 항상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게 됩니다. 하루는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어떤 키 큰 백인남자가 거의 흘러내릴 정도로 바지를 끌면서 허리 위에는 담요 한 장을 덮어쓴 채 가는 차들을 멈춰 세우며 길을 건너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대로 가꿔 놓으면 헐리웃 어느 배우 못지 않을 것 같은 이 남자는 어쩌다 생전 목욕을 안한 것 같은 험한 모습으로 이곳을 배회하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졌다고 하는데 이곳을 배회하는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해결 못할 묵직한 질문을 품으며 봉사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신기한 것은 처음 그곳에 갔을 땐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 싸우는 것도 못 봤습니다. 처음 갔을 때부터 악취가 심하게 나고 분위기가 너무 험악했다면 과연 내가 계속 봉사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것에도 베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합니다.
그 곳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한동대 심리학과를 나오신 아주머니, USC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마음 심쿵하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젊은 청년, 어머니도 포기한 목사님 아들, 텐트는 불법이라며 밤마다 그냥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젊은 남자, 어렸을 적 상처를 치유 못해 도와주려는 사람에게도 이유없이 싸움을 거는 청년, 마약을 끊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또 실패해 건강을 완전 망가뜨린 사람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가 빠지고 흔들려 사과를 먹을 수 없다고 입을 벌려 보여주는 어떤 남자,
여러가지 이유들을 가지고 거리에 나와있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사람들인데 어쩌다 이런 험악한 곳에서 그런 험악한 삶들을 살고 있는지, 과연 이 상황에서 나아질 수 있는지 의문만 품게 되었습니다.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땐 이 사람들을 이런 험악한 곳에서 끄집어 낼 각종 큰 계획을 품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큰 뜻은 접고 그냥 그곳이 하나님의 아픈 마음이 머무는 곳 같아서 하나님 마련해주신 자리에서 작은 음식과 사랑을 주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곳에서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죄악들을 봅니다. 배고프고 병들고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불결하고 악한 것들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다 주고 싶어하는 장로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God bless you를 외치는 집사님, 그리고 끊임없이 베풀어지는 작은 정성들이 모여 지금은 300여명이 먹을 샌드위치와 뜨거운 국물이 있는 라면, 마스크, 말씀이 적혀있는 작은 책자, 과일들과 차가운 물, 요즘 같은 더운 날엔 아이스커피까지 제공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불가능할 것 같던 음식과 물이 제공되고 팬데믹 때문에 배식을 중단했을 때 교회 장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샌드위치 제공이 올 말까지 꽉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그 곳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며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갖게 됩니다.
그 험악한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곳에 배식을 하러 가는 우리나 모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영혼들 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들 속에 잠시 머무르며 작은 사랑을 나눠주는 일을 맡기신 하나님의 큰 사랑을 느끼며 지금은 모든 의문과 불평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하나님께선 오늘도 “저는 하나님 안에서 풍족합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행복합니다” 라는 고백을 이끌어 내시며 저는 은혜 받은 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여러분도 모두 이 일에 동참 하셔서 같은 은혜를 체험하는 축복을 받으시길 소망합니다.
김정예 집사
홈미션 홈리스 사역
‘디베랴 바닷가에서’ 간증
